여유로운 부산 길걷기 230916 -아미산둘레길
9월의 셋째 주 길걷기는 아미산둘레길입니다. 9시에 지하철 1호선 다대포해수욕장역에 모여 출발합니다. 7시경 집에서 나설 때는 햇볕이 쨍쨍 해서 오늘 걷기는 쾌적하게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일기예보와 무관한 나의 희망사항이었을 뿐입니다. 9시 가까이에 다대해수역에 도착하니 비가 마구 내립니다. 다들 모인 9시 20분경에는 비가 더욱 세차게 내립니다. "비 오는데 오늘은 걷지 말고 돼지수육에 소주나 마시자"는 등 패배주의적인 제안들이 나왔으나 김 대장은 꿋꿋하게 오늘 계획을 밀어부칩니다.
138번 버스를 타고 롯데캐슬아파트로 갑니다. 버스에서 내려 채비를 차리고 이동을 하니 곧바로 둘레길 입구가 나옵니다.
아미산둘레길 입구. ©김 대장 사진
안내판 뒤로 나있는 봉수대길로 길을 잡습니다. 비가 쉬지 않고 오기 때문에 걷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 사이로 보이는 오솔길은 호젓하기만 합니다.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주변 숲은 모두 차분히 가라앉아 있습니다. 우산 속 빗소리와 일행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만 들립니다.
길가 숲에 물봉선과 달개비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얘들은 습기가 많은 땅에서 자랍니다. 약간 오르막인 이곳에 유독 습기가 많은지는 알 수 없으나, 지형상 햇빛이 잘 안 드는 곳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부지런히 길을 걷던 우리는 자동차고교와 국제금융고교 쪽으로 내려가는 길과 둘레길 계속의 갈림길에서 둘레길 진입을 거부(?) 당합니다. 관계당국에서 비 때문에 길이 무너질 염려가 있다고 출입금지 푯말을 세워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산길을 포기하고 동네로 내려갑니다.
버스가 다니는 곳까지 내려왔지만 내친 김에 목적지인 다대포항까지 걸어가기로 합니다. 동원아파트 단지를 지나니 3층집이 좌우로 나란히 일렬로 서있는 마을에 진입합니다. 장림시장 뒤편 마을입니다. 1991년에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지정되어 현지개량을 시행한 곳입니다. 좁은 골목길 미로로 이루어진 마을보다는 살기가 좋아보입니다.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비슷한 규모로 이어져 있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전깃줄만 걷어내면 덴마크 코펜하겐의 그 유명한 뉘하운 항구의 풍경 못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장림재개발지구 마을. ©김대장 사진
도시의 주민 삶 개선에 관심이 많은 엄 이사가 이런 곳은 시 당국의 지원으로 가로 재정비, 주택 개량 후에 자생적 경제활동을 유도하면 동네의 활력이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합니다. 나는 광역이든 기초든 지자체의 지원이 꾸준하게 제공돼야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거듭니다.
우리는 꽤 먼거리를 큰 길로 이동하여 지하철 1호선 낫개역에 도착합니다. 역 지하에 있는 "만남의 장소"(이름이 참, 건조합니다ㅎㅎ)에서 잠시 쉬면서 개인 정비를 합니다. 이곳에 책 읽는 남자의 등신상이 있어 옆에 잠시 앉아 대화를 나눕니다.
낫개역의 "낫개"라는 이름은 낫처럼 생긴 포구라는 뜻이랍니다. 역 아래의 두송반도가 낫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 포구를 그리 불렀다고 합니다. 낫개는 임진왜란 당시 부산포대첩의 시작을 알린 포구였습니다. 1592년 몇 번의 패전 끝에 조선 수군을 철저히 피한 왜의 수군은 부산포 주변에 꽁꽁 숨어있었습니다. 전라좌수사 이순신 장군과 우수사 이억기 장군은 경상우수사 원균 장군과 함께 왜군의 본진이 있는 부산포로 진격합니다. 10월 4일 장림포 해전, 10월 5일 화준구미 해전에 이어 다대포 해전에서도 왜군을 물리칩니다. 이날 부산포까지 진격하여 162척의 왜군 함정을 침몰시킵니다. 옥포해전부터 부산포해전까지 이어진 일련의 해전에서 연전연패한 왜군은 해상보급로를 완전 차단 당하고 평양에서 조명연합군에게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부산시는 부산포대첩이 있었던 10월 5일을 부산시민의 날로 정해서 매년 기념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낫개역과 두송반도
부산포대첩 전과(1592.10.4~5). 나무위키
낫개역에서 다시 걸어가서 우리의 길걷기는 다대포항역에서 끝을 맺습니다. 다대포항은 생물 아귀의 집산지여서 생아귀찜이 유명하다고 하네요. 이 동네 주민인 감 대원 선배님이 모두 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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