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묻지마여행(1)

일본 시코쿠 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실크"(가명)란 분이 가이드 하는 단체여행입니다. 실크 포함 총 13명.

여행 일정은 아래와 같이 공지됐지만, 이건 그야말로 계획일 뿐, 현지 사정과 일행들 형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여행 이름에 "묻지마 여행"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는 이유입니다.^^

[시코쿠 묻지마 여행 일정표]

7/21  [06:00] 인천공항 집합 후 수속 

        [08:45] 인천 출발  [10:30] 다카마쓰 도착

        우동의 본고장 오카제면소 우동집에 들러서 점심 (예정)

        일본의 치치부가하마(일본의 우유니사막)와  제니가타스나에(銭形砂絵)를 둘러보고  

        마쓰야마로 이동. 마쓰야마 성, 도고온천본관 방문

        여장을 풀고 자유일정

7/22   조식 후 미나미라쿠엔 정원과 가시와지마를 둘러보고

         혼코쿠지, 사다침하교(佐田沈下橋), 시코쿠 카르스트 (텐구고원) 등을 둘러본다. 

         고치시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고 히로메시장에서 밤문화를 즐긴다.^^

7/23  조식 후 이야계곡의 덩굴다리(祖谷のかずら橋)를 둘러보고

        시코쿠 순례길 출발지인 1번사찰 료잔지(영산사)를 찾아본다.

        일본 우동의 본고장 사누키시를 들러 우동 투어.^^

        다카마쓰로 이동 후 여장을 풀고 자유시간

7/24 조식 후 다카마쓰 공항으로 이동 

        [11:30] 다카마쓰 출발  [13:10] 인천 도착

---------------------------------------

7/20(목). 우리는 사는 곳이 부산이라 새벽에 일찍 인천공항에 도착하려면, 공항 부근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편합니다. 우리(나+풀향)는 인천공항철도 운서역 인근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운서 가기 전에 서울역에서 아들 "잘지내"를 만나 역앞의 서가&쿡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습니다.

운서역의 호텔로 찾아가서 여장을 풀고, 호텔 앞의 편의점에서 막걸리와 맥주를 사서 가볍게 한잔하고 잠들었습니다.

7/21(금). 아침 5시 못 되어 일어나서 서둘러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6시 반 경에 공항 내의 약속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착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후배 남전 부부 외에는 다 처음 만나는 분들이라 약간 어색하여 긴장이 됩니다.

다카마쓰는 인천에서 1시간 반 정도밖에 안 걸리는 것 같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기장이 솜씨가 좋아서 그런지 - 후자겠지요 - 비행기가 아주 부드럽게 착륙합니다.

다카마쓰 공항은 우리나라에서는 에어서울만 항공편을 띄우는 곳이어서 비교적 한산합니다.  입국 수속이 금방 끝났습니다. 공항을 나오니 렌터카 회사의 미니버스가 기다립니다. 렌터카 회사는 공항 바로 인근에 있습니다.

렌터카 회사 

7인승 차 두 대에 13명이 나누어 탔습니다. 우리는 남전 부부와 또 다른 두 분까지 총 6명이 같이 탔습니다. 운전은 내가 일단 먼저 하기로 하고 출발합니다. 

첫 번째 행선지는 당연히 민생고 해결할 곳. 시코쿠의 카가와 현은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합니다. 우동 식당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우동 버스로 우동 투어 하는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입니다. "No Udong, no life"라는 문구가 인쇄된 기념 티셔츠나 열쇠고리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오카제면소 위치
점심 식당 오카제면소는 조그맣지만, 점심시간이라 왁자지껄 붐빕니다. 작은 식당에 우리 일행까지 들어가니 그야말로 정신이 달아날 지경입니다.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시켜서 기다리니 주방에서 요리사 아줌마가 직접 우동을 내옵니다.  
우동의 면발이 한국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쫄깃 부드러운 맛 - 나중에 먹은 것들과 비교하면 그래도 딱딱한 편 - 입니다. 정신없어서 사진을 못 찍어 둔 것이 아쉽습니다. 밖에 다른 손님들이 기다리기도 하고 우리 일정도 바빠서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다시 출발.
오카제면소

이번 여행의 첫 본격 여정은 어느 산꼭대기입니다. 지명은 "UFO 라인"이라는 의문의 멋진 이름입니다. 아마도 "UFO를 볼 수 있을 만큼 높은 산길"이라는 뜻이겠지요. (실제로 목적지 부근은 해발 1400미터 정도가 된다고 하니, 신불산 가지산 등 영남 알프스의 여러 산보다 더 높습니다.)
UFO라인 가는 길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어느 순간 산길로 접어듭니다. 이 길은 꼬불꼬불한 데다가 매우 좁습니다. 지난겨울에 하동의 악양 마을에서 지리산 등성이까지 차를 타고 올라갔을 때와 똑같이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운전석이 오른쪽이라 왼쪽의 여유 공간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서 그런지, 왼쪽에 앉은 사람들은 차가 떨어진다 싶을 정도로 왼쪽으로 붙어 간다고 운전사인 내게 강력한 항의를 하고 불만을 표했습니다.(죄송합니다, 꾸벅) 맞은편 차를 마주치면 둘 중 하나는 후진해서 넓은 곳을 찾아 상대 차를 보내줘야 합니다. 우리도 여러 번 그런 일을 만났고, 우리가 피하거나 저쪽이 피하거나 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차도를 낸다고 굴까지 뚫어 놓아 참 경이로웠습니다. 굴이 버스도 지날 수 있을 정도로 꽤 높은데도 입구에 "두상주의"(意)라고 써놓은 표지판이 있어서 다들 많이 웃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경우 굴 옆쪽의 튀어나온 돌에 부딪힐 수 있어서 그렇게 써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해서 UFO라인의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놓치면 절대 안 된다"는 이곳의 절경을 그만, 볼 수가 없었습니다.

ufo라인

평소에는 위 사진처럼 절경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만, 우리가 올라갔을 때는 마침 안개가 짙어서 가까운 곳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내려오는 길에 UFO신의 호의를 받아서 이곳에서 보이는 선경의 일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ufo라인에서

꼭대기에서 절경을 즐기는 건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다시 올 일이 있다면 다시 이 산에 올라서 절경을 즐기고 트레킹도 한번 해보고 싶네요.^^

오늘의 여정은 이것으로 끝. 우리는 에히메현의 마쓰야마로 이동해서 거기서 여장을 풀었습니다. 저녁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저녁밥은 호텔(네스트호텔 마쓰야마) 인근의 이자카야에서 먹었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