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여행(5)
7/25. 아침에 일찍 일어난 김에 오랜만에 달리기를 했습니다. 어제저녁에 차로 돌았던 길을 뛰어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바닷가 마을로 평지를 달리지만 미술관 쪽으로 가면서 오르막이 나옵니다. 고개를 넘고 넘어 베네세 하우스 입구로 가면 다시 평지가 나옵니다. 마을을 지나서 아름다운 아침 해변을 감상하고, 다시 고개를 넘어 가서 한참을 뛰다 보니 숙소가 나옵니다. 뛰면서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미야노우라항에서 얼마 가지 않아 길 건너에서 앞서가던 출근 복장의 여성이, 내가 지나가자 아침 인사를 합니다. 나도 같이 답례를 했습니다. 쿱 가게를 지나 갈림길에서 길을 잃고 잠시 서있었는데 마침 젊은 여성이 조깅 복장으로 달려오길래 "미야노우라항이 어느 쪽이냐"고 묻고 답을 받았습니다. 둘 다 친절합니다.^^
숙소에 딸린 식당 겸 주방에서 아침을 먹고 오늘의 일정을 시작합니다. 먼저 미야노우라항으로 가서 오후에 다카마쓰로 나갈 배를 예약해 둡니다. 2시 30분 배를 타기로 했습니다.
이곳 미술관들은 외부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걸어들어오기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인근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 하우스에 들어갑니다. 입구에 버스 정류소가 있어서 버스 타고 오는 사람들은 여기서 내려 베네세 하우스로 갑니다. 특이하게 정류소 뒤편 바닷가 쪽에 도리이를 세워뒀습니다. 도리이는 속세와 신성한 곳을 구분하는 표지라고 하는데, 여기는 바다가 그런 곳이라고 인식하나 봅니다.
입구를 지나자 바로 나오시마의 두 번째 호박, 노란 호박이 있습니다. 이 호박과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기다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합니다. 청년 둘이 갖은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고 있군요. 우리가 다가가니 자기들 작업을 멈추고 우리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사진도 찍어 줍니다.
베네세의 정원에는 고양이 등 여러 동물들의 형상을 한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예약제로 입장할 수 있는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으로 갑니다. 주차장에서 지추미술관으로 가는 길도 운치 있게 꾸며놨습니다.
미술관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대신 우리가 안에서 본 것들을 지추미술관 홈페이지에서 받아 아래에 올립니다. 모네의 그림 5점, 월터 드 마리아의 공간 작품, 제임스 터렐의 빛 작품을 한정된 인원이 들어가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시간제로 예약해서 입장시키는 제도의 장점이 바로 "충분한 감상"이네요.
지추미술관에서 걸어 내려가면 이우환미술관으로 갈 수 있습니다. 여긴 야외에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안에서도 조각품을 볼 수 있습니다.
2시반에 미야항을 출발, 배의 앞쪽에 앉아 앞으로 펼쳐지는 바다를 보며 졸다가 얘기하다가 다카마쓰항에 도착했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도쿠시마현과 효고현 사이 바다에 있는 아와지시마입니다.
도쿠시마에서 아와지시마를 연결하는 다리의 도쿠시마 쪽 입구가 나루토(鳴門)입니다. 이 지명은 우리말의 "나루터"와 아주 비슷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곳은 일종의 나루터입니다. 도쿠시마와 아와지시마를 연결하는 나루터 말입니다.
나루토 쪽 바다는 소용돌이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 진도의 울돌목처럼 조류에 따라 바닷물이 섞여 소용돌이가 심하게 칩니다. 소용돌이가 보이는 곳까지 올라가려면 입장료를 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합니다. 위로 올라갔으나 바람이 세서 오래 있지는 못하고 곧장 내려왔습니다.
아와지시마의 유메부타이(섬의 동쪽 끝)가 내일 찾아갈 곳이고, 오늘은 섬의 서남쪽에 있는 미나미아와지시의 호텔(페어필드 바이 매리엇 효고 아와지^^)에서 묵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 도시는 그야말로 한적한 시골 마을입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식당(Grill Eight)을 소개받아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여기는 쇠고기 철판구이를 해주는 집입니다. 조용하고 여유있게 밥과 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이것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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