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묻지마여행(2)
7/22(토).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주변의 마쓰야마 상가를 둘러봤습니다. 널찍한 거리에 지붕이 덮여 있어서 날씨와 관계없이 느긋하게 산책하며 쇼핑하고 식당에 드나들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이곳은 인구 50만 명의 꽤 큰 도시(우리나라 전주시가 65만 명(2023년) 정도)입니다. 중심가에 쇼핑거리가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길 한가운데에 빨간 공중전화 부스를 설치해 둔 것이 인상적입니다.
아침 식사 후 가장 먼저 간 곳은 도고온천입니다. 일본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 장면의 배경이 됐다고 하는 온천입니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 도고온천은 수리 중이어서 전모를 볼 수 없었습니다.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 갈 곳으로 이동. 다음은 마쓰야마 성입니다.
마쓰야마성은 해발 132미터의 산 위에 축성된 것으로, 1602년에 마쓰야마의 번주 가토 요시아키가 축성을 시작해 1627년에 완성한 시코쿠 최대의 성곽입니다. 2017년에 선정한 '일본의 아름다운 성 20' 중에서 3위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최미혜, [지금, 시코쿠], 플래닝북스, 2018). 성 입구에서 리프트나 케이블카를 타는 티켓을 구매해서 둘 중 하나를 타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리프트를 선택했습니다. (기후변화로 한층 강화된 한여름 일본의 막강한 햇볕을 감수할 자신이 있다면 걸어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탈것을 타고 가서도 한참을 더 걸어가야 합니다. 올라가 보면 보통 일본의 성에서 만나는 풍경들을 여기서도 만납니다. 석축과 기와지붕과 나무계단들...
성이 산봉우리에 있다보니, 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시내 풍경이 평화롭습니다.
다음 갈 곳은 이 성에서 110~120킬로미터 가야 하는 "난라쿠엔"입니다. 난라쿠엔 부근, 고속도로에서 나와서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여기 들어가니 A콥이라는 농산물 판매장 안에 여러 가지 도시락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실크님이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고 가자고 합니다. 다들 먹고 싶은 것들을 사서, 삼삼오오 벤치에 앉아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조잘거리며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나름 한 끼를 훌륭하게 해결했습니다.
난라쿠엔(南楽園)은 총면적이 15만 제곱미터 정도 되는 시코쿠 최대의 일본식 정원이라고 합니다. 큰 연못 두 개를 중심으로 정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자연을 최대한 축소하여 나의 손에 닿게 재현한다는 일본 정원의 특징에 맞게 연못과 구릉지, 나무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아기자기하게 꾸몄습니다. 저 너머 보이는 산을 정원의 배경으로 활용한 것도 일본적입니다.
연못 위로는 다리도 놔두고, 바람이 지나는 길에는 접착비닐 속에 종이를 넣은 리본을 달아 하이쿠 같은 글귀도 적어뒀습니다. 최대한 정원의 정취를 천천히 즐기도록 만들어놨습니다.
다들 너무 더워서 지친 탓인지 난라쿠엔 입구의 기념품 가게 겸 휴게실에서 한참을 쉬었습니다. 다시 다음 갈 곳을 향해 출발.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시코쿠 카르스트"입니다. 거기까지는 약 90킬로미터, 2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힘들게 올라왔으나 안타깝게도 여기도 안개가 자욱합니다. 어제의 UFO라인에 이어 또 산 아래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안개 산을 만납니다. 가까운 풍경은 보여도 멀리 보이는 경치는 볼 수 없습니다. 시코쿠 자연의 외면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래쪽으로 이동하니 하얀 석회암이 점점이 박혀 있는 카르스트 지형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멀리서 보면 양떼가 놀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실제로는 가끔 바위 뒤로 소가 보입니다. 여기는 땅이 사유지인지 소를 방목하고 있습니다.
호텔에 짐을 넣어두고 얼른 나와서 유명한 야시장이 열린다는 히로메시장으로 옮겨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거려 일행 13명이 같이 앉아 식사하기는 불가능. 우리는 술자리를 파하려고 하는 청년들을 발견하고 그들 옆에서 기다리다가 겨우 자리를 물려받아 앉았습니다. 이럴 때는 눈치싸움 이기는 자가 최종 승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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